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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2-10 09:38
경주 월성 핵 발전소 부지 삼중 수소 누출 사고에 대한 우려와 입장을 밝히는 공동 성명서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24  
“핵 기술이 가지는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장담하더라도, 인류는 그것이 오만함에 불과하다는 것을 체험하였다” (『핵 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 핵 발전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성찰』, 121항).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2015년 후쿠시마 핵 발전소 사고 4주기를 맞이하여, 수많은 원전 비리 사건으로 사회적 불안과 불신이 만연한 상황에서, 안전성과 과정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 설계 수명이 끝난 월성 1호기 재가동 허가 결정에 우려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성명 ‘후쿠시마 사고 4주기를 맞으며’(2015.3.11.)를 통하여, 핵 기술이 현세대의 위협일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와 환경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강조하며, 탈핵을 주창하고 있는 일본, 독일, 캐나다 등지의 가톨릭 교회와 궁극적으로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원자력 안전 위원회(이하 ‘원안위’)에는 안전성과 투명성 그리고 민주적 원칙에 입각한 운영과 국민을 ‘운영의 동반자’로 받아들일 것을 권고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에는 ‘미래 세대와 지역 주민의 안전’을 고려한 신에너지 체계와 ‘사용 후 핵 연료 관리 정책 수립’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이어지는 핵 발전소 관련 비리, 부실한 시공과 관리, 그리고 최근 경주 월성 핵 발전소 부지에서 발생한 삼중 수소 누출과 같은 수많은 사고들은 그동안 한국 수력 원자력 주식회사(이하 ‘한수원’)와 원안위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이 어떠한 성찰과 쇄신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핵 발전소의 비가역적인 위험성을 방치한 채, 인간 생명 존중과 생태계 보호보다는 돈과 권력에만 매달리고 있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월성 1호기의 차수막은 2012년에 이미 손상되었지만, 2018년이 되어서야 발견되었습니다. 월성 2호기의 관측정에서는 다른 곳보다 더 높은 수준의 삼중 수소가 검출되었습니다. 2010년부터 네 차례나 보수하였던 월성 4호기의 사용 후 핵 연료 집수정에서는 감마 핵종 방사성 물질이 발견되었습니다.

2016년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아동과 청소년 9명을 포함한 40명의 요시료에서 삼중 수소가 100퍼센트 검출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삼중 수소 검출률이 대조 지역인 경주와 울산, 서울에 비하여 60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됨으로써, 지하수 등의 외부 누출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경악시켰던 것은 그 누구도 그 원인이 무엇인지, 언제부터 얼마만큼 누출되었으며, 어디로 유출되고 있는지를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한수원과 원안위는 이러한 사고에도 ‘사실 은폐’와 변명으로만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1984년과 1988년에 발생하였던 월성 핵 발전소의 냉각수 누출 사고를 1988년 국정 감사 때까지 은폐하였습니다. 1995년 월성 1호기의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는 일 년 뒤에, 2009년 월성 1호기에서 발생한 방사능 누출 사고는 한수원과 원안위의 은폐로 2014년이 되어서야 알려졌습니다.

끊임없는 비리 사건, 부실 시공과 허술한 관리, 그리고 수많은 사고와 은폐에도, 한수원과 원안위는 ‘미안하다. 그러나 문제없다. 안전하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 발전소 사고를 통하여 ‘원자력은 안전하다.’라는 신화가 붕괴되었는데도 국내 핵 관련 전문가들과 기관들은 아직도 그 신화와 폐쇄적인 전문성과 비밀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배적인 에너지 공급, 막대한 자금력과 정치-경제-지역-언론-학계 등의 우호 세력의 동조에 힘입어, 여전히 인간 생명과 안전보다는 과장된 경제성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윤리성, 정보의 투명성과 민주적 절차보다는 기술 관료주의와 집단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불법과 편법을 방치하고 은폐하며 위험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윤리를 배제한 기술은 자기 힘을 스스로 통제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입니다”(「찬미받으소서」, 136항).

진실은 감출 수 없습니다. 이번 사고를 통하여 우리는 핵 발전소의 위험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는 공간과 시간 안에 핵 물질을 가두고, 없앨 기술이 없습니다. 핵폐기물을 처리할 기술도 없고, 안전을 완벽하게 유지할 기술도 없는 현실에서 한 번의 실수는 지금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와 그들의 터전인 생태계에도 커다란 위협이 됩니다.

핵으로 말미암은 생태계 훼손은 결코 우리 세대와 한 지역 안에서 해결할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재앙입니다. 우리가 가까운 이웃인 일본의 후쿠시마 핵 발전소에서 삼중 수소와 핵 물질에 오염된 물을 해양에 방류하는 것에 대하여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는 안전한 탈핵과, 지속 가능하고 재생 가능하며 모든 이에게 평등한 에너지로의 좀 더 신속한 전환을 지지합니다. 정부는 설계 수명이 끝나는 핵 발전소를 약속대로 폐쇄해야 합니다. 우리는 한수원과 원안위 등 핵 관련 기관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며, 모든 핵 발전소를 대상으로 민간이 참여하는 방사능 유출 등에 대하여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와 후속 조치도 함께 요구합니다.

인간 이성과 과학 기술은 결코 완전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그 누구도 생명의 완벽한 안전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겸손과, 이윤보다는 인간 생명과 생태계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려는 의지,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하여 새로운 에너지로 전환하려는 결심과 용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어리석음을 버리고 살아라. 예지의 길을 걸어라”(잠언 9,6).

 

2021년 2월 9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배 기 현 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 현 동 아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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