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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7-31 09:11
연중 제18주일 (2020년 8월 2일)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752  
우리 전통 음식 문화에서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상차림입니다. 밥과 반찬을 주로 하여 격식을 갖추어 내는 상차림은 상을 받는 사람의 신분에 따라서 그 이름이 달랐습니다. 아랫사람에게는 밥상, 어른에게는 진지상, 임금에게는 수라상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먹는 사람 수에 따라서 혼자 먹는 밥상을 외상 또는 독상, 두 사람이 먹는 밥상은 겸상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외상으로 차려진 반상에는 삼 첩, 오 첩, 칠 첩, 구 첩, 십이 첩이 있는데, 당연히 임금의 수라상에는 십이 첩이 올려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빵을 많게 하시는 기적을 행하십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시자 세상을 구원하실 임금이시니 십이 첩은 기본이라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복음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자들이 가지고 있던 음식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입니다. 가장 간결한 차림으로 평민이 먹었다는 삼 첩 반상보다 빈약합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아낌없이 베푸시는 예수님의 기적의 결과와 제자들의 행동에 주목합니다. 사람들이 충분히 만족할 때까지 모두를 배불리 먹이실 뿐만 아니라 그 음식이 풍성히 남았습니다. 여자들과 아이들 외에 남자만도 오천 명가량이 먹었고, 남은 것은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습니다. 또한 제자들은 가지고 있던 것을 기꺼이 내놓음은 물론 분배자로서도 봉사합니다.

임금의 생일로 십이 첩 수라상에 궁중 연회까지 더해진 헤로데의 잔치에서 세례자 요한이 죽으면서 그의 잘린 목이 쟁반에 담겼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겸손한 밥상은 세례자 요한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배고픈 백성을 향한 동정심에서 비롯된 생명이 넘치는 풍성함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빵의 기적은 단순히 식사를 나누는 인간적 체험을 넘어 사랑을 실천하려는 하느님 백성의 희망과 연결됩니다. 제때에 먹을 것을 주시는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하여 드러난 당신의 사랑으로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은혜로 채워 주십니다.
 (박기석 사도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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